이 책에서는 쇼코의 미소를 포함한 작가의 여러 중단편작 7편을 다룬다.
내용의 전개가 확 끌려들어간다던가 등의 느낌은 아닌 서정적인 분위기의 책인데, 장면에 대한 묘사는 그 장소와 분위기를 보다 생생하게 상상하게 만든다.
작가는 사회적인 여러 이슈들을 책에 잘 녹여내서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들을 안겨준다. 나는 특히 이데올로기에 대해 표면적으로만 생각을 했었는데(정책이나, 정치적 성향이나... 등등), 그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에 투영되었을 때, 누군가에게는 큰 아픔이나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용이 있으면 부작용이 뒤따르는 법이다...
일부 몇개의 작품에서는 만남, 이별, 재회, 그리고 먼 훗날의 회상을 그리는 패턴을 가지는데, 재회의 과정에서는 항상 슬픈 감정이 들었다. 그 까닭은 그동안 생각했던 상대에 대한 긍정적인 모습이 모조리 부정되고, 미워지거나 다소 혐오스럽다는 불편한 감정이 들도록 함에 있다. 이 과정에서 상대에게 우월감을 느낀다던지, 이전과는 다른 내가 상대를 대하는 마음에 대해 너무나도 현실적으로 표현했기에 인간의 본성을 잘 그려냈다고 생각했다.
그때만 해도 나는 내가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삶을 살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나는 비겁하게도 현실에 안주하려는 사람들을 마음속으로 비웃었다. 그런 이상한 오만으로 지금의 나는 아무것도 아니게 되어버렸지만, 그때의 나는 삶이 속물적이고 답답한 쇼코의 삶과는 전혀 다른, 자유롭고 하루하루가 생생한 삶이 되리라도 믿었던 것 같다.
투이가 내게 선물한 스누피 만화책은 아직도 내 방 책장에 있다. 흑백 만화책이지만 우드스탁만은 샛노란색으로 칠해져 있다. 제대로 날지도 못하는 카나리아 우드스탁. 책을 펼쳐 그 노란색 카나리아를 볼 때면,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겨가며 그 작은 새에게 색을 입혀주려 했던 투이의 따듯한 마음이 가까이 다가왔다.
어쩌면 쇼코가 펜팔 친구(소유와 소유의 할아버지)를 친구로서 인정하고, 가까이 있는 사람들을 멀리하려던 이유는 가까이 있는 사람일 수록, 나의 내면을 드러냈을 때 더 큰 상처를 입히기 쉬운 사람들이어서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런 두려움이 있어서 자신을 지켜주는, 그래서 보호하고픈 할아버지도 표면적으로 거리를 두고자했을거라 추측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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