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은 어둠 속에서 길을 잃은 이들에게 얼마나 큰 위로가 될 수 있을까...?

최은영 작가의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여정을 담고 있다. 이 책은 가족 관계, 선후배간의 일상적인 관계속에서 찾아볼 수 있는 그릇된 사회적 통념, 가슴 아픈 한국 근현대사의 사건들로부터 생기는 개개인이 겪는 어려움과 슬픔을 담담하게 풀어내고, 그들의 삶 속에서 발견되는 작은 희망의 빛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나는 여러 단편 소설로 구성된 이 작품집을 읽으며 다양한 인물들의 목소리를 통해 작가가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깊은 울림을 전달받을 수 있었다.

 

“희원씨가 앞으로 겪을 일들을 그런 식으로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서.”

그녀의 말이 내게는 자격지심이나 피해의식을 갖지 말라는 충고로 들렸다. 그런 식의 생각이 얼마나 어리고 미성숙한 것인지 왜 모르냐는 채근으로 들렸다. 나는 내가 그런 어린애가 아니라고 항변하고 싶었지만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알수 없어서 그녀의 말에 그다지 타격을 입지 않았다는 듯이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소설 속 인물들은 각자의 일상 속에서 다양한 형태의 슬픔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이야기는 단순히 고통에 그치지 않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작은 희망과 연대의 순간들을 담아낸다. 또한, 주인공이 처음엔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 나중에 본인이 그 위치가 되고나서야 상대의 마음을 깨닫는 순간이 온다. 젊은 강사와 그를 동경하는 희원의 이야기, 교지편집부에서의 첨예하게 대립하는 해진과 희영, 정윤의 이야기, 인턴 다희와 정규직 주인공. 이들은 결국 서로의 입장에 대한 나름의 상처를 안고 있지만 끝내는 서로를 말없이 응원하고, 이해해주게 된다. 이야기 과정에서의 섬세한 문체와 따뜻한 시선은 나로 하여금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그 속에서 작은 빛을 발견하게 만들었다.

 

가끔은...... 제가 커다란 스노볼 위를 기어다니는 달팽이 같아요. 스노볼 안에는 예쁜 집도 있고, 웃고 있는 사람들도 있고, 선물꾸러미도 있고, 다들 행복해 보이는데 저는 그걸 계속 바라보면서 들어가지는 못해요. 들어갈 방법도 없는 것 같고.

그녀는 어떻게 답해야 할지 몰라 말성이다 입을 열었다.

다희씨는 합격하겠지만, 아니더라도 더 좋은 곳에 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 말을 뱉었을 때, 그녀는 뭔가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변명을 하고 싶어 망설이는 동안 다희가 말했다.

선배는 빈말 안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는 희망과 회복의 가능성을 조용히 이야기한다. 이 책의 등장인물들은 고유한 상처와 아픔을 간직하고 있지만, 그 속에서도 희망의 빛을 잃지 않는다. 최은영 작가는 인물들이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우리에게 눈물과 함께 용기를 준다. 그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아무리 작은 빛이라도 그 빛이 우리의 길을 밝혀 줄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는다.

최은영 작가 특유의 문체는 이 책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주었다고 생각한다. 그녀의 문장은 시적이고, 때로는 서정적이다. 복잡한 감정을 간결한 문장 속에 담아내는 그녀의 능력은 독자로 하여금 깊이 공감하게 한다. 특히 그녀의 비유와 은유는 나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작품 속으로 더욱 빠져들게 했다. 마치 한 폭의 수채화처럼, 그녀의 문장은 부드럽고도 생생하게 독자의 마음을 물들인다.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우리는 종종 삶의 고통 속에서 절망에 빠지기 쉽지만, 이 책은 그런 순간에도 희망을 잃지 말라고 속삭인다. 최은영 작가는 우리에게 아주 희미한 빛이라도 그 빛이 우리를 더 나은 곳으로 이끌 것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녀의 글을 읽다 보면, 그 희미한 빛이 주는 따뜻함과 안도감을 느끼게 된다.

결론적으로,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는 우리가 일상에서 겪게되는 상처의 깊이를 탐구하고, 그 속에서의 희망을 일깨워주는 작품이다. 이 책은 모든 이에게, 특히 삶의 고난 속에서 희망을 찾고자 하는 이들에게 커다란 위로와 용기를 줄 것이다. 그녀의 이야기는 우리 마음 속에 작은 등불을 켜주며, 그 빛이 우리의 삶을 조금 더 밝게 비춰줄 것이다.

 

나와 닮은 누군가가 등불을 들고 내 앞에서 걸어주고, 내가 발을 디딜 곳이 허공이 아니라는 사실만이라도 알려주기를 바랐는지 모른다. 어디로 가는지 모르지만, 적어도 사라지지 않고 계속 나아갈 수 있다는 걸 알려주는 빛, 그런 빛을 좇고 싶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나는 그 빛을 다른 사람이 아닌 그녀에게서 보고 싶었다. 그 빛이 사라진 후, 나는 아직 더듬거리며 내가 어디까지 왔는지 어림해보곤 한다. 그리고 어디로 가게 될 것인지도. 나는 그녀가 갔던 곳까지는 온 걸까. 아직 다다르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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