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알고싶다> 애청자이기도 한 나는 이 책의 저자가 법의학 분야에서 매우 저명한 사람인걸 알고 있었다. <그것이 알고싶다>에 출연하는 유성호 교수는 의학적인 측면에서 사인을 분석하고 시체에서 말해주는 이야기를 우리에게 전해주는 역할을 한다.

이 책은 일종의 어떠한 죽음을 맞이할 것인지 나의 죽음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거리를 던져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죽음에 대한 준비 없이, 사회가 마련해둔 틀 안에서 맞이하게 된다. 50%를 초과하는 사람들이 본인의 집에서 죽기를 희망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별 준비없이 병원에서 의사가 생명연장을 시도하거나, 약물투여를 통해 연명하다가 죽게된다. 이게 정말로 우리가 바라는 죽음의 모습일까?

나는 지금까지 태어난 이후로 나의 죽는 과저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 이유는 아마 죽음이라는 것 자체가 부정적이고, 회피하기 싫은, 거부감이 드는 단어라는 이유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죽음은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절대적으로 경험해야 할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저자는 가족들에게 미리 자신의 장례가 어떻게 이루어졌으면 좋겠는지, 재산이나 금전적인 것은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디테일하게 전달될수록 준비하는 가족들의 입장에서도 부담이 없고 좋다고 한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부분들이었기에 읽으면서 당황스러웠다. 내가 뇌사 상태에 빠진다면,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명을 유지하기를 원할까...? 아마도 아닐 것 같다. 뇌가 죽었는데, 몸에 에너지만 공급해준들 그게 과연 나는 살아있다고 볼 수 있는걸까. 이러한 문제는 이를 결정할 가족들에게도 굉장히 부담스러운 딜레마로 다가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들의 선택에 따라 죽음이 결정되는 것은 너무 괴로운일 일테니까

책을 읽으며 죽음에 대한 여러가지 사회적 문제에 대해서도 깨닫게 되었다. 사람은 언제부터 사람으로서 인정받는 걸까? 엄마의 배속에서 나오는 순간? 수정란이 착상하는 순간? 이 밖에도 줄기세포에 대한 과학연구 분야의 윤리적 논쟁들.. 그뿐만이 아니다, 본인이 스스로 죽는 행동에 대해 어떠한 시각으로 판단해야 할지에 대한 것도 매우 심각한 이슈다. 내가 말하는 스스로 죽는 행동이란 치료를 해서 더 이상 의미있는 개선이 없을 것이라 판단 될 때 환자들이 본인의 운명을 선택하거나, 질병이 아니더라도 스스로의 환경에 대해 비관하고 죽는 행동을 의미한다.

미성숙한 생각이었다면, '본인의 선택인데 왜 문제인 걸까?'라고 되물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책에서 설명한 사례와 연구에 따르면, 투신으로써 스스로 죽는 행동을 선택하였다가 살아난 사람의 인터뷰 내용으로 "그 순간, 나는 죽고 싶지 않았다"라고 말했으며, 고통받는 환자들이 안락사를 위해충분한 의사의 정신적 상담 및 동의를 구하고 스스로 죽는 행동을 위한 버튼을 제공했을 때, 결국 끝내 버튼을 누르지 못하는 자들은 약 60%가 넘는다고 한다. 사실 모두 죽고 싶어하지 않는다. 스스로 죽는 행동에 대해 우리는 단순히 본인의 선택이니 자유라거나, 종교적 이유로 어떠한 경우에도 절대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은 사회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지극히 1차원적 의견이며, 분명 그에 따른 부작용을 낳는 방향성일 것이다. 이러한 복잡한 인간의 존엄성, 생명에 대한 윤리적 문제는 국가마다의 국민들의 문화, 인식에 따라 달라지고 시대적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하여 끊임없이 변화한다.

나의 죽음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나의 마지막이 아름다울까, 그리고 만일 안락사가 고려해야 할 정도로 내가 극심히 고통받고 치유불가한 상태라면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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