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키7에서 다루는 철학적인 문제는 이미 여러 SF소설이나 영화에서도 다루어진다.
그러나 미키7에서의 차별점이 있다면,
복제인간이 단 한명. 미키 뿐이라는 것이다.
작품속에서는 그 누구에게도 미키의 고통과 상처에 대해서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넌 죽어도 그냥 되살아나면 되잖아?"
이런 따위의 말로 표면적으로 보여지는 장점에 대해서만 이야기 한다.
그야 당연히 이런건 인간의 모순성이니까..
우리들은 남이 행복하지 않은 것은 당연하게 생각하고 자기 자신이 행복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언제나 납득할 수 없어한다.
이건 참 지독한 일이다. 진짜로 지독해서 못견딘다...
어쨌던 이러한 태도는 절친과 심지어 여친마저도 미키의 진짜 내면의 모습에 공감해주지 않는다.
자신의 안위를 위해 미키의 죽음에 대해 거짓말을 일삼는 베르토...
죽음에 직면한 미키를 안타까워하지만 곧 다음 새로운 미키를 기다리는 여친...
미키는 그러나 그러려니한다. 미키는 그렇게 사실 잘난 존재도 아니다.
그리 똑똑하지도 않으며 피지컬적으로 엄청난 퍼포먼스를 자랑하는 것도 아니다.
묵묵히 자신에게 처해진 환경, 그리고 점진적으로 억울해지고 답답해지는 상황속에서
무언가 주인공답게 멋지게 상황을 해결한다던가 그런 것은 없다.
그는 바보같은 행동들을 얼렁뚱땅 하면서도 그저 살아가려고 노력한다.
무언가 어리숙하고 부족한 모습임에도, 주변에서 스스로의 존재를 부정당하면서도
조용히 자신의 일을 해결해나가는 모습이 나에겐 감동적으로 느껴졌다.
특히나... 미키2가 죽을 때 고통에 몸부림치다가 결국 헬맷을 벗어버리는 장면은 너무 슬펐다...
모든 것을 던져버리고 미키3에게 다음을 맡기는 미키2.
어쩌면 미키2는 자신의 부활을 믿지 않았을 수 있다.
그저 이것으로 미키2의 유일한 존재이고, 미키3은 다른 개체임을 이미 자각하고
그의 삶을 울부짖으며 마무리 지었을 수도 있다.
한편 이 책을 읽으니 옛날에 내가 친구를 위해 써보았던 아짱여행기에 대한 이야기를 안할 수가 없다.
아짱여행기의 JS싸이언쓰 대표는 베타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아짱에게 분자단위로 재조립된 인간에 대해 언급하며
그래도 갈것이냐 겁을 준다. 이에 대해 아짱은 '지금의 나를 어떻게 살 것인가'가 중요하다며 맞받아쳤고, 이에 JS대표는 수긍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아짱은 베타로 되돌아가는 것을 택했을 것이지만 말이다.
사실 소설상의 설정상 단일하게 존재하는 의식(또는 영혼?) 완벽히 이동한다는 설정(영화 아바타를 상상해보라)이므로 J대표는 단지 아짱에게 복제본으로 태어나는 것처럼 겁을 준 것일 뿐이었다.
그러므로 아짱은 어느 세계선에 존재하든 오리지날 아짱이다.
아짱은 똑똑하니까. JS싸이언쓰 대표가 애초부터 궤변을 늘어 놓는 다는 것을 어쩌면 눈치챘을지도 모른다.
내 친구 아짱은 어디에서든 유일한 존재니까.
미키7과 아짱여행기의 차이를 생각해보면 미키는 계속해서 죽고 다시 태어나며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의문을 품지만
아짱은 자신이 온전한 상태로 존재할 것임을 알고 베타로 돌아가기로 결심한다.
미키는 불완전한 존재로 남아 끊임없이 의심하고 괴로워하지만
아짱은 스스로의 존재를 믿고 흔들림 없이 자신의 길을 선택한다.
이러한 차이는 단순히 설정상의 차이가 아니라 작가가 인간의 자아에 대해 던지는 철학적 질문의 방식이 다르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결국, 미키7이 가장 강렬하게 전달하는 메시지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이다.
우리의 존재는 단순히 물리적인 몸과 기억의 연속일까 아니면 고유한 자아가 있어야만 의미를 가질까?
미키는 계속해서 죽고 부활하지만 그 과정에서 본래의 자신이 사라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솔직히 나는... 미키7의 설정이라면 미키1~미키8들은 완전한 독립적인, 개개인의 개체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미키7은 단순한 SF소설이 아니라, 우리에게 인간 존재와 정체성에 대한 깊은 고민을 던지는 작품이었다.
그리고 아짱… 나는 여전히 그녀를 떠올린다. 아짱이 택한 길은 내가 한때 꿈꾸던 것이었을까?
아니면, 차마 나아가지 못한 길이었을까? 그녀가 베타로 돌아왔던 순간
나는 그 결말을 알면서도 애써 외면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물거품처럼 사라진 꿈과 이루어지지 않은 길, 하지만 아짱은 망설이지 않았다.
그녀는 끝까지 자신을 믿었고 나는 그런 아짱을 부러워했다.
미키처럼 환경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것이 옳은 것인지 아니면 아짱처럼 확신을 가지고 자신의 길을 나아가는 것이 정답인 것인지.
하지만 어쩌면 중요한 것은 그 선택 자체가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달려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미키7은 그런 점에서 단순한 복제 인간의 이야기 그 이상을 담고 있었다.
나는 나도 어쩌면 미키2처럼 헬맷을 벗어버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든다.. 아짱 베타와 함께 오랫동안 내 마음속에 남을 작품이 될 것 같다.
이쯤 되고 보니, 그다지 긍정적으로 그려지지 않은 베르토와 내가 애초에 어떻게 친해졌는지 궁금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간단히 말하면 내가 사람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믿은 덕분이다. 세상의 모든 것들이 그렇듯 완벽한 친구란 있을 수 없고, 저마다 가지고 있는 다양한 단점들을 이유로 사람들을 내친다면 그들이 가져다줄 기쁨과 행복 역시 누릴 수 없게 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