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돈의 심리학

디벨롭디스트로이어 2025. 5. 25. 21:00

 

리뷰에 앞서..

인간은 언제나 무언가를 붙잡고 살아간다. 누군가는 성공을, 누군가는 안정과 통제를, 또 누군가는 사랑을 인생의 절대적 가치로 여긴다. 팀 켈러는 "내가 만든 신"에서 이런 것들을 "가짜 신"(즉 우리 마음속에서 참된 가치를 대신 차지한 우상)이라 일컫는다. 그것들은 겉보기에 선하고 유익한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가 그것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고 믿는 순간 오히려 우리를 집어삼키는 존재로 변해간다. 돈의 심리학 역시 그런 점에서 같은 지점을 지적한다. 돈 자체가 아닌 그 돈이 보장해줄 것이라 믿는 미래, 통제감, 자존감이 우리를 흔들고 있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우리가 무엇을 쥐고 있고 또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를 진지하게 돌아보게 되었다. 그리고 생존, 투자, 감정, 자유라는 키워드를 통해 내 삶에 스며든 '가짜 신들'을 하나씩 마주하기 시작했다. 아래부터는 내가 인상적이게 읽었던 구절들을 소제목으로 하여 내 생각을 정리해보았다.

 

 

 

전멸하는 일 없이, 포기하는 일 없이 오랫동안 살아남는 능력이 가장 큰 차이를 만들어낸다. 투자든, 커리어든, 사업이든 상관없이 생존이 여러분의 전략에서 기본중의 기본이 되어야한다.

1929년 경제 대공황 당시, 대부분의 기업과 은행이 도산했다. 그러나 수십 년 뒤에도 이름이 남아 있는 기업은 대공황 당시 살아남은 기업들이다. GM, GE, P&G 같은 회사들은 수익률이 아닌 생존력을 기반으로 장기적인 성장을 이어갔다. 투자에서도 마찬가지다. 나는 2008년 금융위기 때 증권 계좌를 반토막 냈던 많은 어른들의 경험을 들으며 자랐고, 코로나19 폭락장에서 비슷한 공포를 체험했다. 하지만 건강하고 안전한 자산분배투자와 높은 현금비중을 유지했기에 지금의 회복과 성장을 누리고 있다. 어떤 최악의 상황에서도 무너질 수 있는 리스크를 감당해야 할 이유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오르는 커리어보다 중요한 건 떨어질 때 완전히 나가떨어지지 않는 회복력이지 않을까 싶다. 투자에 이어 내 삶을 관철하는 좋은 말이었다.

 

 

 

미래에 대해 낙관적이면서 동시에 비관적이어야 한다. 낙관 없이 투자를 할 순 없다. 그러나 동시에 무엇이 그 미래를 방해할 것인가 끊임없이 걱정하는 양면적 성격이 필요하다.

2000년 닷컴 버블 당시 기술의 미래에 대한 기대감은 극에 달했다. 그러나 기업들의 실체 없는 몸집이 터지면서 기술주들은 반토막도 모자라 바닥까지 떨어졌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시절 생존한 일부 기업들(아마존, 애플, 구글...)은 이후 기술혁신을 이끈 주역이 되었다. 결국 미래에 대한 낙관이 없었다면 그 주식을 계속 보유할 수 없었을 것이고 비관이 없었다면 거품을 걸러낼 수 없었을 것이다. 이는 현재 나의 모습과도 흡사 닮아 있다. 나는 엔지니어라는 직업에 낙관을 품지만 동시에 내가 하는 기술이 언제든 구시대 유물이 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계속 공부하려고 노력한다.(하고싶다) 이러한 양면성은 AI시대가 도래하며 필수불가결하다 믿는다. 기업에서는 ESG정책을 밀고 있지만, 우리들 개개인에게도 지속가능한미래에 대한 투자가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영어 공부든, AI 공부든 뭐든 좋다. 더 나은 나를 위해 필히 자기개발을 해야만 한다.

 

 

 

파일럿들이 오래전부터 농담처럼 하는 말이 있다. 지루한 시간이 끝도 없이 계속되다가 간간이 끼어드는 공포의 순간이 바로 자신들의 직업이라는 얘기다. 투자도 마찬가지다. 투자자로서 당신이 성공할 수 있느냐를 가름하는 것은 자동주행 모드로 유유히 달리던 수많은 세월이 아니라, 간간히 끼어드는 공포의 순간에 당신이 보이는 반응이 될 것이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초반, 전 세계 증시는 한 달 사이에 30% 이상 폭락했다. 당시 뉴스와 커뮤니티에는 하지만 이후 시장은 사상 유례없는 속도로 회복했다. 진짜 중요한 건 그 '공포의 순간'에 어떤 선택을 하느냐다. 투자에서든 우리의 삶에서든 위기는 비정기적으로 갑작스레 찾아온다. 나또한 프로젝트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가거나 원하지 않는 일을 하게된 경험이 몇 번 있다. 이러한 어려운 과정들을 지나고 나니 이제 그런일이 벌어지면 감정적으로 반응하기보다는 잠시 마음을 편안히 갖기 위해 노력하는 습관이 생겼다. 결국 성공은 그 몇 번의 순간에서 갈리는 것이지 않을까? (여러번 이야기하지만 결국 건강한 투자를 위해서는 항상 현금흐름과 충분한 현금자산을 확보해야한다. 우리네 삶에는 좋은 나쁘든 어떤 이벤트가 갑작스레 찾아올지 모른다.)

 

 

 

"앞뒤가 안맞을 수도 있지만 인생이 늘 앞뒤가 맞는건 아니잖아요." 실제로 인생은 앞뒤가 맞는 경우가 오히려 드물다.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 수많은 회사들이 구조조정을 겪었고 많은 가장들이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었다. 이직은커녕 생계가 막막한 상황에서 누군가는 자영업을 시작했고 누군가는 전혀 다른 분야로 갈아탔다. 누군가는 기회라며 그동안 모아온 현금으로 부동산이나 주식을 모았다. 당시엔 말도 안 되는 선택처럼 보였지만 몇 년 후 자리를 잡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면 앞뒤가 안 맞았던 결정들이 결과적으로 가장 이상적이었거나 혹은 현실적인 해답이었을 것이다. 모든 조건이 맞는 사람과는 잘 안 되고 도무지 이유를 설명할 수 없는 사람에게 끌릴 때가 있다. 언젠가 나도 그랬던 것 같다. 주위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했고 나 스스로도 왜 이 사람에게 마음이 가는지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사람과 있을 때만큼은 내가 나답게 살 수 있었고 하루가 짧게 느껴졌다. 결국 그런 것은 오래가지 못했다. 그렇다고 해서 후회하진 않는다. 당시엔 앞뒤가 안 맞는 선택처럼 보였지만 돌이켜보면 그 경험 덕분에 내가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 경험이 내게 어떤 의미였는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때로는 그릇된 선택이 아니라 내게 꼭 필요했던 감정의 우회로였다고 믿는다. 우리는 금융이라하는 분야에 있어서, 어떤 사건에 대해 수학적으로 접근하거나 논리를 따지려들거나 이유를 갖다 붙이곤 한다. '돈과 심리학'에 따르면, 사실 그러나 경제시장은 그렇게 이성적으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한다. 결국 사람에 의해 세상의 경제가 동작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봇이 아니다. 항상 이성적으로 판단하거나 논리적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한 사람의 인생만 보아도 그렇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우리의 삶은 그렇게 우리가 생각하는 대로 흘러가도록 허락하지 않는다.

 

 

 

"설사 이윤을 더 낼 가능성이 있다 하더라도 저는 단 하루라도 밤잠을 설치는 선택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

비트코인이 2017년 광풍을 몰고 왔을 때 예전 직장 사람들까지 모여 코인 이야기를 했다. 나를 비롯한 많은 친구들, 직장동료들은 뒤늦게 들어갔다가 하루에 수십 퍼센트 오르고 떨어지는 걸 보며 매일 잠을 설쳤다. 결국 수익보단 피로만 남았다. 이윤이 아무리 크더라도 내 삶이 무너지는 투자라면 그건 선택이 아니라 고문이다. 지금은 더 낮은 수익이더라도 밤잠을 잘 자고 퇴근 후 소중한 사람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투자가 훨씬 가치 있게 느껴진다. 진짜 이득은 숫자가 아니라 일상의 안정에서 오는게 아닐까? 누구라도 S&P500에 장기적인 투자를 하면 상당히 나쁘지않은 결과를 얻는 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아무도 그곳에 전재산을 몰아넣지 않고 안전자산의 형태로 자산을 손에 쥐고 있는다.(어리석지 않다면말이다.) 장기적인 하락장에도 언젠가 오를 거라는 믿음은 있지만 아무리 이성적으로 판단하려한다 한들 우리가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그 심리적 불안과 압박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정답을 알고 있어도 우리는 그 정답대로 행동하려 들지 않는다...

 

 

 

6개월간 주가가 40퍼센트 하락하면 온 미디어에 빨간불이 켜지고 사람들은 크게 동요한다. 하지만 6년간 주가가 140퍼센트 오르면 아무도 눈치조차 채지 못한다. 이것이 비관주의의 늪이다.

코로나19 이후 2020~2021년 사이 미국 주식시장은 폭발적인 상승을 이어갔다. 그러나 언론은 거의 모든 초점을 팬데믹의 부작용과 공포, 금리 인상에만 맞췄다. 그 사이에 투자자산이 몇 배가 된 사람들도 많았다. 미디어는 본능적으로 비관적인 뉴스를 확대한다. 한국의 부동산 시장도 마찬가지다. 공황 상태일 때는 기사로 도배되고 회복기엔 조용히 지나간다. 그래서 나는 지금은 지수의 추이와 거시적인 흐름과 경제 기사를 더 자주 보고 역사가 이야기해주는 여러가지 사건들에 대해 학습하곤 한다. 그와 동시에 비관주의를 시사하는 자극적인 뉴스는 경계한다. 눈에 띄지 않는 성장에 더 민감해지기 위해서다.

 

 

 

많은 것이 잘못되더라도 개의치 마라. 절반을 틀려도 여전히 큰돈을 벌 수 있다. 왜냐하면 소수의 작은 것들이 다수의 결과를 책임지기 때문이다. 투자나 비즈니스에서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있어도 편하게 생각해야 한다. 세상은 원래 그런 것이다.

벤처캐피탈 업계에선 전체 투자 중 단 10%만 성공해도 큰 수익을 낸다. 닷컴 버블 당시 망한 기업이 대부분이었지만, 그중 몇 개 기업만이 오늘날 빅테크가 됐다. 실패에 둔감해지는 법을 배워야 하나보다. 성과는 대부분 '소수의 대박'에서 나오는 법이니까.

 

 

 

강하게 믿되, 약하게 쥐고 있어라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대부분의 투자자는 부동산이나 주식에 대한 확신을 잃었다. 하지만 이 시기에 믿음을 유지하되 유연했던 투자자들은 다음 상승장을 선점했다. 이것은 요즘 우리의 직업관과도 비슷하다. 나 역시 엔지니어로서 도메인 기술을 깊이 있게 쌓으려 노력한다. 그러나 새로운 트렌디한 기술에 대해서는 어떤 기술 스택에 대해 확신을 갖고 접근하되 시장 흐름이 바뀌면 과감히 손을 놓는다. 고집은 확신이 아니라 망상의 시작이 될 수도 있을 거다. 중요한 건 '정체성'이 아니라 '방향성'이다.

 

 

 

돈이 주는 가장 큰 배당금은 네 시간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능력이다. 네가 원할 때, 원하는 일을,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사람과 함께, 원하는 만큼 오래 할 수 있다는 사실은 그 어떤 고가의 물건이 주는 기쁨보다 더 크고 더 지속적인 행복을 준다.

팬데믹 시기 원격근무를 경험하며 내가 진짜 원하는 건 더 많은 급여가 아니라 '시간의 자율성'이라는 걸 절실히 느꼈다. 출퇴근이 없고 일정한 수입만 있으면 매일 아침 1시간 책을 읽고, 점심엔 운동을 하고 저녁엔 가족과 식사할 수 있다. 그게 최고의 투자수익이 아닐까. 요즘엔 돈을 벌기 위해 시간을 파는 게 아니라 시간을 지키기 위해 돈을 계획하는 방식으로 삶을 바꾸려고 한다.

 

 

 

끝으로..

나는 항상 건강한 투자를 고민한다. 기본적인 은행의 예적금을 포함하여 주식, 채권, 금, ETF, 리츠 등 분산하여 리스크를 시기 적절하게 분배하여 투자하는 것을 상상한다. 위에 말했듯 누군가는 S&P500에 몰빵을 하거나 안정적 현금흐름을 추구하여 배당주만을 고집하는 사람도 있다. 사람마다 리스크의 기준은 다르고 같은 시대에 서로 다른 게임을 하고 있기에 누구의 의견이나 주장이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순 없다. 돈은 언제나 수단이다. 그러나 그 수단이 곧 목표가 되는 순간 우리는 돈이라는 우상을 섬기기 시작한다. 팀 켈러가 "내가 만든 신"에서 말한 것처럼 '심리적 문제' 또한 순전히 우상숭배 문제다. 이러한 욕구들을 우상으로 둔갑시키고, 이 우상들의 비위를 맞추려 한다면 결국 지쳐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아까 언급했듯 2017년 즈음 비트코인 열풍이 불던 시기 과거 전세계인들이 경험했던 바와 같이 밤잠을 설쳐가며 스트레스를 받고 한순간 절망에 빠지거나, 우상화에 빠지지 않았더라면 경험했을 수 있었을 소중한 일들을 놓치고 말 것이다. "돈의 심리학"은 숫자나 투자기술이 아닌 돈을 대하는 마음의 자세를 묻는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조금씩 깨달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불확실성이 평생토록 존재하는 세계에서 살아남는 것과 감정의 공포 속에서도 균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대비하는 것, 그리고 결국 내 시간을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자유가 진짜 배당이란 사실을. 사실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우리는 여전히 인간이기에 이를 너무나 쉽게 망각해버린다. 돈이란 단어에 담긴 집착을 조금씩 내려놓고 오히려 삶을 더 깊이 이해하려는 여정이 진짜 '성장' 아닐까. 그렇게 나는 내 안의 가짜 신들에 조금씩 작별을 고해본다.